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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107

이름/정 열 이름/정 열 정확하게 아홉시다. 잠깐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보던 중이었다. 이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춘수 님의 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이름에 대한 나만의 아무런 사유가 없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시는 너무 좋으니까, 실어본다. 이름. 요즘은 사람마다 이름이 두 개 이상은 되지 싶다. 벌써 나부터도 이름이 다섯 개가 넘는다고나 할까. 나의 이름은 처음부터 호적에 잘못 올라가는 통에 주인인 나와 집안 식구들, 그리고 친한 친구들이 부르는 이름과 학교에서 불리는 이름이 달랐다. 그래서인지 이름에 대한 나만의 의식이 약한 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 학교에서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낼 때마다, 나와.. 2022. 4. 21.
새벽도로/정 열 새벽도로/정 열 비에 젖은 듯 항상 푸르스름해 보인다. 키다리 아저씨를 연상하게 하는 환한 기운의 가로등과 함께 단 한 번도 외면한 적 없을 것 같은 뚜렷한 방향 가끔 점멸하곤 하는 붉은빛을 바라봐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아무도 모르게 말끔하게 씻고 화장이라도 한 것일까, 촉촉한 것이 시간이 되면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짐승들 모두 나와 자유자재로 활보할 수 있도록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가꾸며 최선을 다한다 2022. 4. 20.
예의/정 열 예의/정 열 우체국에 들렀다. 공모전에 작품을 등기 속달로 보냈다. 그런데 공모전 전화번호와 담당자 앞이라는 말을 적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 수 있었다. 분명, 명기된 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것이라는 것에 대해 간과하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분명히 담당자 앞이라고 명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이 점을 가지고 혼자 전전긍긍하긴 했었다. 하지만 주의사항에 언급이 되어있지 않길래, 고민을 접고 쿨하게 주소만 타이핑으로 쳐 깔끔하게 오려서 응모작과 함께 봉투에 넣어두었었다. 예전에 편지나 이런 류의 서신 교류가 잦아 겉봉투를 작성하는데, 일말의 의심할 필요 없이 맨 마지막에는 '귀하', '께', '에게', '前' 등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 짓도 않다 보니.. 2022. 4. 19.
리셋 중인 나/정 열 리셋 중인 나/정 열 남쪽하늘에 안정감 있게 떠 있는 달을 보자 전에 없이 간절히 빌고 싶었다 번쩍, 십자가 모양이 달빛에 어리어서였을까. 순식간에 하얗게 서 있는 바윗덩이 하나 그동안 한바탕씩 물려서 부대끼곤 했었던 혀 나를 리셋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였으리라는 것 천천히 오고 있는 이른 아침 무조건 감사하다. 2022.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