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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107

암모나이트/정 열 암모나이트/정 열 2020년, 2021년, 신용카드 연말정산용 소득공제용 내역서 충분히 남아 있는 기한 하루가 다른 컴퓨터 디지털 세상 속, 편승하기 바빠 시인은 그만 낮잠을 잔다 얼마나 지켜봤던 것일까 깨어나도 자유로이 유영하고 싶어 꼼지락거리는 마음의 지느러미 파르르 떨다 말고 이내 사라지고 만, 현실과 이성 앞에서 뭐가 중요하냐고 낭떠러지 앞까지 몰아세워도 들리지 않아 순간 떠오르는 바닷가, 오래된 이름 하나 암모나이트, 이색적인 그의 주방 벽에 걸려 있던 진기한 문양 앞에 보여지는 신화와 전설 속 이야기지만 바닷가, 현재 넘쳐나는 네가 자고 있던 침대, 화석 오랜 시간 번성했던 증거라고나 할까 나 역시 가능한 시간만큼, 현실적으로 떠 있고 싶은 부표, 지금이라도 정신의 배영을 연습하면 가능할까 시.. 2022. 4. 14.
약속, 지킬/정 열 약속, 지킬/정 열 벌써 새벽 한시 삼십오 분이다. 일찍 자려고 했는데... 하지만 새벽 두시엔 분명히 자러 나는 서재를 나선다. 2022. 4. 13.
밤 벗꽃을 보다가/정 열 밤 벗꽃을 보다가/정 열 낮에는 뭐하다 지금 쳐다보냐고 빙그레 웃는 밤 벚꽃이 하염없다 둥그런 가로등 불빛을 받아 그지없이 희다 첫새벽 그 아래를 지나는 남자 강아지를 끌고 지나가는 걸까 신기한 나머지 핸드폰에 담아 화면을 키워 본다 전동기를 끌고 가는 그림자가 길다 요즘은 조금만 의문이 가도 유리보다 더 투명한 21세기 디지털 세상 한가운데 놓여 극명하게 다 알 수 있다 아파트 18층 창문을 통해 바라본 거리 풍경, 잠시 그 아래 멈추는 그 남자, 고개를 들어 밤 벚꽃을 향해 눈을 맞추는 걸까, 잠시 고개를 바로 했다 다시 한번 쳐다본다 유난히 따스한 새벽 한시 사십구 분 두 손 가득 안아본 바람 영원히 끊기지 않기를 바래, 한 컷 필름 핸드폰 카메라에 담는다 2022. 4. 11.
잠수종/정 열 잠수종/정 열 왼쪽 눈초리 하나, 깜빡인다 파르르한 고요 속 푸른 심연 가운데 더디게 발현되는 언어, 해독하기 난해한 다소 높은 수위지만 유일한 수단, 함께 살기 위해 저 마다의 각기 다른 종의 무게를 달고 태어난 이상 혼자 헤쳐나가기란 불가능해 가볍고 무겁고 버겁운 것 역시 생각의 차이가 아닐까 전신을 옭아매고 있는 가운데 과연 누구를 위하여 그 종은 울릴까 마침내 꿈에 그리던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갈 수 있을까 마음먹기에 달린 모든 것이란 것을 가르쳐준 삶의 자세였을까 주변의 따스한 시선 마비된 육체를 뚫고 탈환한 꿈 그래, 누구나 날 수 있단다 2022.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