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벗꽃을 보다가/정 열
낮에는 뭐하다 지금 쳐다보냐고
빙그레 웃는 밤 벚꽃이 하염없다
둥그런 가로등 불빛을 받아
그지없이 희다
첫새벽 그 아래를 지나는 남자
강아지를 끌고 지나가는 걸까
신기한 나머지
핸드폰에 담아 화면을 키워 본다
전동기를 끌고 가는 그림자가 길다
요즘은 조금만 의문이 가도
유리보다 더 투명한 21세기
디지털 세상 한가운데 놓여
극명하게 다 알 수 있다
아파트 18층 창문을 통해 바라본
거리 풍경, 잠시 그 아래 멈추는
그 남자, 고개를 들어 밤 벚꽃을 향해
눈을 맞추는 걸까, 잠시 고개를
바로 했다 다시 한번 쳐다본다
유난히 따스한 새벽 한시 사십구 분
두 손 가득 안아본 바람
영원히 끊기지 않기를 바래, 한 컷 필름
핸드폰 카메라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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