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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5

시간/정 열 시간/정 열 오래간만에 식구 셋이 저녁을 먹었다. 먼저 간단하게 신라면 3개를 삶아낸 그 물을 버린 후 다시 새로운 물에 삶았다. 기름기를 조금이라도 덜 섭취하기 위해. 된장 반 숟가락과 라면 건조 수프를 넣었다. 거의 다 됐다 싶을 무렵, 가루수프를 넣은 후 계란 3개 깨서 넣었다. 푸짐했다. 그는 황토 누룽지 삼계탕을 렌즈에 5분 돌려 차려줬다. 반찬은 식판에 콩나물무침, 애호박볶음, 야채 어묵볶음, 종가댁 김치를 푸짐에 담아냈다. 그의 동생은 큰 그릇에 라면을 담아냈다. 나는 작은 그릇에 담아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시간이 지체돼 불은 라면이 됐다. 하지만 삼양라면의 맛은 어디 가질 않았다. 처음에 먹을 때는 매운 줄 몰랐지만 점점 얼큰하니 그 맛은 역시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좋아.. 2022. 11. 24.
잠/정 열 잠/정 열 잠과 친하지 않은 그녀, 자정이 다가올수록 양쪽 어깻죽지를 긁기 시작한다 그 빈도에 따라 마음의 날갯짓 또한 펄럭이는 걸까 그녀의 반쯤 닫혀 있던 빗살 달린 창문이 활짝 열린다 공룡들의 마을이라는 생각은 오래됐다 거대한 회색 덩어리, 그녀는 이곳 십팔 층에서 배회하다 말고 자신에게 매달린 창문으로 눈에 띄는 공룡의 서재 창문을 열고 서로 비슷한 몇 안 되는 다른 공룡의 열려 있는 눈들을 바라본다 환하게 새어 나와 창가에 걸터 앉아 있는 낮에는 없었던 낙인 같은 불빛들이 반갑지 않은 것은 왜일까 부엉이과에 속하는 족속들이 활보하는 창문 가득 그렇게 무심한 것 같지만, 보통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빗살 달린 창문을 꼭 닫은 채, 까무룩 잠 속에 빠졌던 달갑지 만은 않은 낮에 대한 횡보, 설핏 흘러내.. 2022. 6. 3.
시간/정 열 시간/정 열 순간, '어쩌나!' 싶었다. "내일이 일요일이라고? 정말?" 그이의 말끝에 나온 말에 믿기질 않아, 내가 한 말이다. 내일까지 밤샘 작업할 요량이었다. 일요일은 5월 8일, 이미 서울에 약속이 잡혀 있다. 영화 처럼 시간을 훔쳐올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오늘 만큼은 컨디션을 위해 푹 수면을 취한 상태라 이토록 최상의 날이 아닐 수 없는데... 까맣게 나만 느낄 수 없을 때가 있다. 어느 한 곳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까, 이런 착각을 하는걸까? 대부분은 하루 정도 앞당겨 착각을 일으키곤 했었는데, 오늘은 정반대여서 당황스러웠다고나 할까. 우선 머리부터 감아야겠다. 새벽 한 시까지는 이렇듯 소소한 일들로 빠쁘겠다. 그러고 나서 최소한 잠은 자야 하니까, 시간을 두고 눈여겨볼 일이다. '시간은.. 2022. 5. 7.
자유로운/정 열 자유로운/정 열 너무 정신을 놔버린 날인가? 그래도, 아니, 그러고 싶은 날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행복하니까, 너무 좋은 자유를 누렸다. 일은 당장 시작해도 된다. 지금 바로... 하지만 이 몇 자를 적고 싶은 마음이다. 이미 할 일은 정해졌고, 갈 길 또한 정해졌다. 그렇다고 해이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에 나의 뇌는 유튜브로 다양한 일상을 공부한 것 같으니까. 그렇지 않다면 마음이 많이 행복하지 않았을 테니까. 루틴. 어쩌면 자신의 가야 할 길에서 가장 키워드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자유로운 영혼만큼은 많이 심약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자 그 누가 있겠는가? 그러니 그런 날은 방황하더라도 원 없이 물고기가 유튜브의 바다를 유영하도록 촉을 건들고 싶지 않은 지도 모르겠다. 작은 뭔가를 이.. 2022.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