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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잠/정 열

by 7sun 2022. 6. 3.

잠/정 열

 

잠과 친하지 않은 그녀, 자정이 다가올수록

양쪽 어깻죽지를 긁기 시작한다

그 빈도에 따라 마음의 날갯짓 또한 펄럭이는 걸까

그녀의 반쯤 닫혀 있던 빗살 달린 창문이 활짝 열린다

 

공룡들의 마을이라는 생각은 오래됐다

 

거대한 회색 덩어리, 그녀는 이곳 십팔 층에서

배회하다 말고 자신에게 매달린 창문으로 눈에 띄는

공룡의 서재 창문을 열고

서로 비슷한 몇 안 되는 다른 공룡의 열려 있는 눈들을 바라본다

 

환하게 새어 나와 창가에 걸터 앉아 있는

낮에는 없었던 낙인 같은 불빛들이 반갑지 않은 것은 왜일까

 

부엉이과에 속하는 족속들이 활보하는 창문 가득

그렇게 무심한 것 같지만, 보통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빗살 달린 창문을 꼭 닫은 채, 까무룩 잠 속에 빠졌던

달갑지 만은 않은 낮에 대한 횡보, 설핏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몇 가닥, 연민, 자신에 대해

애써 부인하고 싶지는 않아서일까

 

다 같을 수만은 없는 운명 가운데

확실한 것은 그녀, 밤 열두 시다 되어 태어났다는 것

믿음이 존재하는 한, 밤과 낯, 계산할 필요 없는 것은

시간 같은 것은 아닐까

 

이제는 잠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하련다

밤과 낮의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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