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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시간/정 열

by 7sun 2022. 11. 24.

시간/정 열

 

오래간만에 식구 셋이 저녁을 먹었다. 먼저 간단하게 신라면 3개를 삶아낸 그 물을 버린 후 다시 새로운 물에 삶았다. 기름기를 조금이라도 덜 섭취하기 위해. 된장 반 숟가락과 라면 건조 수프를 넣었다. 거의 다 됐다 싶을 무렵, 가루수프를 넣은 후 계란 3개 깨서 넣었다. 푸짐했다.

 

그는 황토 누룽지 삼계탕을 렌즈에 5분 돌려 차려줬다. 반찬은 식판에 콩나물무침, 애호박볶음, 야채 어묵볶음, 종가댁 김치를 푸짐에 담아냈다.

 

그의 동생은 큰 그릇에 라면을 담아냈다. 나는 작은 그릇에 담아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시간이 지체돼 불은 라면이 됐다. 하지만 삼양라면의 맛은 어디 가질 않았다. 처음에 먹을 때는 매운 줄 몰랐지만 점점 얼큰하니 그 맛은 역시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삼계탕이려니 했다가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회사에서 한 상자 받아온 그 속에 들어있던 제품이었다. 교회 관련 회사다 보니, 추수감사절이라 직원들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그 외 신라면 한 박스와 해남 황토고구마 한 박스, 사과 한 박스가 더 들어있던 것이었다.

 

하는 수없이 그도 우리 둘이 먹는 모습에 젓가락을 얹었다. 장이 약해 매운 것을 삼가던 중이었지만 삼양라면의 유혹은 그도 피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한 젓가락 먹자마자 다른 나면에 빗대어 감탄을 했다. 다행히 조금만 먹어줘서 무탈한 것 같았다. 뒤이어 어제 삶아 놓은 고구마를 칼로 베어 먹었다. 건강상 먹어줘야 한다고... 라면을 먹었으니까.

 

문제는 항상 둘이 먹든지 아니면 나 혼자 먹든지 했을 때와 설거지 양과 음식량의 차이가 많았다는 거였다. 휴우, 나야 반 공기 먹은 후 바로 설거지해서 간단했지만 두 남자가 먹은 것을 나중사 치우려니 인내가 필요했다.

 

애들 가르칠 때 동료 교사들이 식기세척기 샘도 사용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고작 세 사람이 먹었을 뿐인데도 음식 장만해 차린 후 먹고 치우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거였다. 거의 시간에 구애됨 없이 자유로이 나를 위주로 생활하다가 이처럼 수시간을 공을 위해 쓰이자 평상시 흘려보낸 시간들도 부지기 수였으련만 오직 오늘 이 시간이 너무 아까울 뿐이었다. 한마디로 나의 발등에 불 떨어지니까 새삼 동료 교사들의 얘기를 공감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혼자나 둘이 있을 때 시간과 한 사람 추가된 셋이 있을 때 시간에서 혼자인 저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에 이토록 많은 차이를 의식한다는 것. 그동안 나에게 주어졌던 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 시간이었는지...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고마움에 더욱더 감사하고자 한다. 참 고마운 시간. 거듭 시간에 대해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오직 시간을 아끼며 존중해서 알뜰히 사용해야 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