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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예의/정 열

by 7sun 2022. 4. 19.

예의/정 열

 

우체국에 들렀다. 공모전에 작품을 등기 속달로 보냈다. 그런데 공모전 전화번호와 담당자 앞이라는 말을 적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 수 있었다. 분명, 명기된 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것이라는 것에 대해 간과하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분명히 담당자 앞이라고 명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이 점을 가지고 혼자 전전긍긍하긴 했었다.

하지만 주의사항에 언급이 되어있지 않길래, 고민을 접고 쿨하게 주소만 타이핑으로 쳐 깔끔하게 오려서 응모작과 함께 봉투에 넣어두었었다.

 

예전에 편지나 이런 류의 서신 교류가 잦아 겉봉투를 작성하는데, 일말의 의심할 필요 없이 맨 마지막에는 '귀하', '께', '에게', '前' 등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 짓도 않다 보니까 룰이라는 것을 망각했던 모양이다. 

 

편지 한 번 보내기 위해 겉봉투에 주소를 썼다 지우고 하는 것은 예사였다. 이상하게 평상시 예쁘게 잘 쓰던 글씨가 편지봉투에 성심을 다해 잘 써서 적으려고만 하면 삐둘게 써지거나 꼭 한 글자를 틀리게 적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까, 본문 내용 못지않게 상대방을 향한 나의 뜨겁고 간절한 마음의 온도가 상대방이 받았을 때 그 느낌 아니까, 겉봉투에 그토록 최선을 다했던 것이리라.

 

우리에게는 예의라는 것이 있다. 예의가 바른 사람은 우선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일단 믿음부터 가는 것은 나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그동안 사회와 동떨어져 지내온 탓이었을까? 즉, 사회성의 결여에서였을까? 참 새삼스러울 뿐이다. 이렇듯 버젓이 알면서도 하는 실수라고나 할까. 앞으로 더욱더 이러한 안이한 생각에서 탈피해야하리라. 생각하면 할수록 난감한 하루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되어있을 거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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