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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이름/정 열

by 7sun 2022. 4. 21.

이름/정 열

정확하게 아홉시다.

잠깐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보던 중이었다.

 

이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춘수 님의 <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이름에 대한 나만의 아무런 사유가 없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시는 너무 좋으니까, 실어본다.

 

이름.

요즘은 사람마다 이름이 두 개 이상은 되지 싶다. 벌써 나부터도 이름이 다섯 개가 넘는다고나 할까.

 

나의 이름은 처음부터 호적에 잘못 올라가는 통에 주인인 나와 집안 식구들, 그리고 친한 친구들이 부르는 이름과 학교에서 불리는 이름이 달랐다. 그래서인지 이름에 대한 나만의 의식이 약한 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 학교에서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낼 때마다, 나와는 그런 의미심장한 말들과는 거리가 멀어서 동참할 수 없었다. 대신에 나의 이름을 술 먹고 동사무소에 올리러 갔다, 잊어버려 대충 올렸다던 외삼촌을 원망했던 적은 있었다.

 

호주제 폐지.

몇 년 전에 실행된 호주제 폐지와 함께 나의 이름도 드디어 주민등록상에 바르게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나중에 사주상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당시는 심란했지만 지금은 다들 예쁜 이름이라고 놀라워하는 것을 보고 이름 고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고나 할까.

 

닉네임.

21세기, 디지털 세계는 역시 지난 시절과는 완전 차원이 다르다. 사이트마다 각기 다른 세 가지 닉네임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지를 않나. 원하면 다른 사이트에 또 다른 닉네임으로 활동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 예전 나의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를 단번에 날릴 수 있는 세상이라고나 할까. 자유로운,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사실에 오직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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