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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비닐 신호 대기 중, 우측고개 돌려 바라본 밭고랑일순간 까만 것이 움직인다웬 까마귀들이 저토록 많지의아해하며 유심히 본 순간바람에 쿨렁거리고 있는검은색 비닐이다당혹스러움과 함께 파란불신호에 맞춰 지나갔지만뭔지 모를 여운, 긴 시간나를 놔주지 않는다 ------------------------- 그러고 보면 사람도 마찬가지 같다아니지, 간과한내가 어리석지만  아무튼 사람이라는 미명 아래 유심히 난, 단 한 번이라도 조심스레 나를 찾아온 그녀를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온전히 살펴보려 하지 않았으니까 가만히 있다고모두 죽어 있는 것도 아닐 테지만움직인다고모두 살아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난, 그녀가 그 잘난 사람이라는 이름때문이었을 테지만  오직 사람을 목적과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검은색 비닐 같은 인성의소유자일 줄은 정.. 2024. 4. 29.
창문 너머, 환상 여자는 대부분 서재에서 산다, 칠월 마지막 날이지만너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아 커튼만 쳐다본다, 문제는너의 너머에 있는 도로변을 쉼 없이 질주하는 바퀴들의괴성, 소음에 약한 귀와 맞잡은 고개, 상상만 해도 역시가로로 저어지고 마는데, 계속 들리는, 그녀 귀에 기타선율 지금 누가 밖에서 기타 쳐요, 거실을 향해 소리쳐보지만, 기타는 무슨, 더워서 에어컨 틀었는데들려오는 시원한 보랏빛 음성, 착시현상이라면모를까, 계속 또렷하게 들리는 딩가딩가, 그녀 귀에기타 선율 마침내 그녀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잠시 커튼앞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지만, 그래도 자꾸만 들리는 기타 선율이 정겨워, 휘리릭 젖힌 커튼, 꽝마주한 너희들을 향해 손을 뻗친다, 순간, 역시튀어들어오는 바퀴들의 아연실색하는 신음, 절로몸.. 2024. 4. 26.
첫사랑에게 2 항상 건강하라고 했지요아프지 말라고요놀러 오라고요몸이 약해서 근심이라고요그런데 단 한 가지도 그대가 한 말, 들은 것 같지 않네요미안해요하지만이번에 한 번의학의 힘에 의존 좀 해 보고요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요네, 공황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믿었던 대상에 대한 실체가 나르시시스트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어딘데요왜 그랬냐고요?참 안쓰럽더라고요쉼 없이 새벽마다 수 시간씩나의 귀에 대고 지저귀어 대는데까마득한 고지에서아주 험악한 세월을 보냈었나 봐요여자 혼자 몸으로요처음엔 어찌나 기특하던지요그녀가 원하는 대로희생, 헌신 그리고 봉사도 마다하지 않게 되더라고요단 한 번도가면을 썼을 것이라고는상상도 못했으니까요그녀의 민낯이 드러날 즈음에확 끼치던 소름그제야대책 없던 언어들로가득한 머릿속어찌나 불단지 같던지요막상 전이되.. 2024. 4. 26.
청소, 귀 1 청소, 귀1아니야...이거면 된 게 아니야나 아닌 다른 사람한테도그랬다니도대체 왜 그렇게거짓말만 하는 거니...하긴 너의 그 버릇이어디 가겠냐만서도설마한 내가아직 정신 못 차린 거지...너 스스로도 인정했는데...가끔씩 깜빡한다고하지만 깜빡한 것이 아니라너는 망상 속에 갇혀 살면서거짓말로 일관하기 때문에 헷갈릴 수밖에없었던 것을...다른 사람을 통해 얘기 끝에 비로소알게 됐지만참, 끝도 없는 네가 한 얘기들그 사람에게 네가 백배사죄했다는 것을그 사람이 너에게백배사죄했다고까지 떨면서 했던 말어찌하여 이토록아니, 더욱더또렷하기만 할까그 충격으로 그 사람은한 달 넘게 앓았다는데그럼, 그만큼의 시간이지나가야지만이아니 지나면너의 그 정직하지 못한 말들사라지겠군... 하지만그래서 말인데이럴 땐 말이야...사랑이 답.. 2024.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