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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검은색 비닐

by 7sun 2024. 4. 29.

신호 대기 중, 우측

고개 돌려 바라본 밭고랑

일순간 까만 것이 움직인다

웬 까마귀들이 저토록 많지

의아해하며 유심히 본 순간

바람에 쿨렁거리고 있는

검은색 비닐이다

당혹스러움과 함께 파란불

신호에 맞춰 지나갔지만

뭔지 모를 여운, 긴 시간

나를 놔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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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사람도 마찬가지 같다

아니지, 간과한

내가 어리석지만 

 

아무튼 사람이라는 미명 아래 

유심히 난, 단 한 번이라도 

조심스레 나를 찾아온 그녀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온전히 살펴보려 하지 않았으니까

 

가만히 있다고

모두 죽어 있는 것도 아닐 테지만

움직인다고

모두 살아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난, 그녀가 그 잘난 사람이라는 이름

때문이었을 테지만

  

오직 사람을 목적과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검은색 비닐 같은 인성의

소유자일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여태...

 

다만, 앞으로는

바람이 불 때면 눈여겨봐야 하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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