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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게 2

by 7sun 2024. 4. 26.

항상 건강하라고 했지요
아프지 말라고요
놀러 오라고요
몸이 약해서 근심이라고요
그런데 단 한 가지도 
그대가 한 말, 들은 것 같지 않네요
미안해요

하지만
이번에 한 번
의학의 힘에 의존 좀 해 보고요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요

네, 공황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믿었던 대상에 대한 실체가 
나르시시스트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어딘데요

왜 그랬냐고요?

참 안쓰럽더라고요

쉼 없이 
새벽마다 수 시간씩
나의 귀에 대고 지저귀어 대는데
까마득한 고지에서
아주 험악한 세월을 보냈었나 봐요
여자 혼자 몸으로요
처음엔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희생, 헌신 
그리고 봉사도 
마다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단 한 번도
가면을 썼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그녀의 민낯이 드러날 즈음에
확 끼치던 소름
그제야

대책 없던 언어들로
가득한 머릿속
어찌나 불단지 같던지요
막상 전이되고 보니까
알겠네요
유쾌 상쾌 발랄의  
나의 의지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애초에 없는 그녀의 본심을
미처 내가 간파하지 못했네요
원래 나는 
가벼운 영혼의 소유자잖아요

상대방의 슬픈!
어두운 영혼을 감내하자니
그런 쪽엔 둔감해서 
도무지 재간이 없네요

결국 고스란히, 나도 
이 지경이 되니까
부탁이라는 것을 하게 되네요
기도해 주세요
반드시 극복해 볼게요

순수한 나의 영혼이자
최후의 보루인 그대여
나의 부탁, 들어줄 거죠

그래서 말인데요
만약에요, 그래도 안 되면 그땐
그땐, 꼭 그대에게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