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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환상

by 7sun 2024. 4. 26.

 

여자는 대부분 서재에서 산다, 칠월 마지막 날이지만

너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아 커튼만 쳐다본다, 문제는

너의 너머에 있는 도로변을 쉼 없이 질주하는 바퀴들의

괴성, 소음에 약한 귀와 맞잡은 고개, 상상만 해도 역시

가로로 저어지고 마는데, 계속 들리는, 그녀 귀에 기타

선율

 

지금 누가 밖에서 기타 쳐요, 거실을 향해 소리쳐

보지만, 기타는 무슨, 더워서 에어컨 틀었는데

들려오는 시원한 보랏빛 음성, 착시현상이라면

모를까, 계속 또렷하게 들리는 딩가딩가, 그녀 귀에

기타 선율

 

마침내 그녀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잠시 커튼

앞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지만, 그래도 자꾸만 

들리는 기타 선율이 정겨워, 휘리릭 젖힌 커튼, 꽝

마주한 너희들을 향해 손을 뻗친다, 순간, 역시

튀어들어오는 바퀴들의 아연실색하는 신음, 절로

몸서리쳐지는 시멘트 냄새가 역하다

 

하지만 안과 밖의 경계, 숨 쉴 수 있도록 활짝 내어준

너의 가슴보다, 녹녹치 않은 바퀴들의 삶을

불사하고서라도 좋은 것을, 그러니까 든든한 너의

배경도 인정하지만,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타고 흐르는, 그녀 귓가엔 이 순간도 하염없이

들리는 빗소리, 기타 선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