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새하얗게 열어놓은 창밖, 별나게 소란스러운 새벽 두 시 오십구 분이런 날도 있었을까, 싶은 정도로 한배를 탄 더위와 소음 앞에더 이상 집중할 수 없자, 느닷없이시끄러워서 공부 못 하겠어요.들려오는 예전 가르치던 학생들의 볼멘 목소리 한여름에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아, 서울역 광장에서시험을 치르더라도, 소란스러움 따위 개의치 않고, 오직 집중할 뿐이지전쟁 나도 공부에 집중하면 느껴지지 않는다고누가 한 말인지도 까맣게 잊은 채 했던 말 하지만 이제야 손 내밀어 청하고픈 악수, 그동안꽝, 닫아놓고 있었던 서재 창 역시, 오직 소음 때문이었다는 것 인제 보니, 참, 대낮이나 별단 다를 것도 없는새벽, 집중, 시끄러우니까 어렵구나, 얘들아, 그땐 왜 몰랐을까
2024. 5. 25.
발이 없는 새
언제부턴가 그녀는 발이 없는 새였다, 그런데어느 해 이른 봄, 그녀가 자주 가곤 하던북쪽에 위치한 청록색 화실 끝에서, 날개가모두 부서진 채 철철 피 흘리고 있는 그를목격하게 되었다, 하는 수없이 그녀는, 왼쪽 날개 하나를 떼내어, 왠지 낯익은 그에게, 다신상처 받거나 바람 불어도 흔들리지 말라고꽝꽝 무쇠를 박아 달아줬다, 그때부터 그는양수리 여행길에도, 백화점 귀걸이 사러 갈때도, 발이 없는 그녀를 그의 마른 등에 업고다녔다, 마지막 천국의 책방으로 가는 그녀의동생에게 갈 때도 그는, 그녀를 목마 태우고 갈 정도였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은 상황이 많이나빴다, 따뜻한 곳으로 알았던, 그의 남쪽나라에서 그녀는 구천구백 미터씩 뛰어오르며달려드는, 그의 식솔들한테, 그가 보는 앞에서송두리째 깃털이 뽑힌 채 ..
2024.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