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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107

5분의 쉬는 시간/정 열 5분의 쉬는 시간/정 열 내가 하는 거라고는 아파트 18층 서재 창문을 열고 핸드폰으로 야경을 담아내는 일 항상 똑같지만 그때마다 자동 서빙되는 바람의 맛이 달라 오늘은 카페에 들러 온몸을 전율케 하는 1월 바람을 쭉 들이킨다 천 개의 레몬을 짜 마신 듯 저절로 사위는 눈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따로 없다 실내와 완전 별개의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나만의 딱 완성맞춤된 프레임 경계, 이곳에서 나는 2023. 1. 28.
빗나간, 예상/정 열 빗나간, 예상/정 열 새벽 공기를 흠씬 들이마시다 말고 지그시 감은 눈을 떠 본다, 순간 오른쪽 눈 끝을 스치며 홀연히 사라진 하얀 연기 찰나였다 분명 자정 전, 나의 머리 위 하늘에 떠 있던 별을 올려다보며 나의 정면 남쪽 하늘 높이 떠 있던 위성을 올려다보며 반가운 나머지 절로 올라간 입꼬리에 매달렸던 '한산한 도로와 달리 구정 연휴에도 너희들은 여전하구나'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속엣말 뜻밖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의례껏 상황에 맞추어 하게 되는 체념이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토록 당연히 그대로 머물러 있을 거라 예상하며 올려다 본 하늘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은 너희들 온 하늘을 탐색하듯 두리번거려봐도 텅빈 그래도 어느새 훈훈하기만 한 겨울 밤공기 수용하고 보는 예상에서 빗나간 .. 2023. 1. 27.
모습, 초승달/정 열 모습, 초승달/정 열 차가운 바람한가득 품고 있는, 1월 창가에 서서 예민해 보이는 너의 모습카메라에 담아내기 쉽지 않아도 찰칵, 누르는 손 하지만오늘만큼은 선명하게 찍힌똘망한 너의 모습 앞에 고마운늦은 오후  자연스럽게 나와의 연계성에 다리를 놓는다 평범함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유독 튀는 너의 이미지 그동안단 한 번도 나의 의지대로올바르게 찍혀지지 않던예민한 너의 모습을 서재에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염치 불고한 채동생이 머물고 있는 옆방으로 건너가 벌컥, 양해를 구하자 마자이 한파에의아하게 앉아 있는, 동생 책상 옆에 서서까지또, 창문을 열어젖힌다 훅, 끼치는 한기에도 아랑곳 않으며 본다나도 보통 사람들처럼오직, 자꾸만 눈에 들어오니까 이승과 저승의 승이라는너의 이름, 초승달 아니 손톱달도 좋지.. 2023. 1. 27.
'북극에 눈이 녹는다'/정 열 '북극에 눈이 녹는다'/정 열 이 한 겨울에 덜컹이며 지나는 트럭의 소리에 갑자기 열어 본 창밖 '벌써 청소하는 차가 지나가나?' 하지만 정적만이 깃든 새벽 세 시 오십 구분의 거리 추위를 예상하면서 맞이하여 보는 공기도 처음이지만 야경을 음미하기에는 고요히 달리는 차량 한 대 없는 낯선, 살을 애는 추위에 놀라, 꽝 창문을 닫아걸고 커튼을 내린다 '북극에 눈이 녹는다' 2023.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