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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모습, 초승달/정 열

by 7sun 2023. 1. 27.

모습, 초승달/정 열

 

차가운 바람

한가득 품고 있는, 1월 창가에 서서

 

예민해 보이는 너의 모습

카메라에 담아내기 쉽지 않아도 

찰칵, 누르는 손

 

하지만

오늘만큼은 선명하게 찍힌

똘망한 너의 모습 앞에 고마운

늦은 오후 

 

자연스럽게 

나와의 연계성에 다리를 놓는다

 

평범함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유독 튀는 너의 이미지

 

그동안

단 한 번도 나의 의지대로

올바르게 찍혀지지 않던

예민한 너의 모습을

 

서재에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염치 불고한 채

동생이 머물고 있는 옆방으로 건너가

 

벌컥, 양해를 구하자 마자

이 한파에

의아하게 앉아 있는, 동생 책상 옆에 서서까지

또, 창문을 열어젖힌다

 

훅, 끼치는 한기에도 아랑곳 않으며

 

본다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오직, 자꾸만 눈에 들어오니까

 

이승과 저승의 승이라는

너의 이름, 초승달 아니 손톱달도 좋지만

 

그러니까

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만큼

만만치 않았던

이미 다 지난 나에 대한 말들

 

새삼스럽지만

앱을 뒤져 가면서까지

 

한 몸에 품고 있는

승리와 패배의 너에 대한  의미

구현해보면서까지, 본다

 

춥지만

따스한 것은 기분 탓 만은 아닌 것처럼

 

참,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그러니까

너에 대한 창백한 이미지였던 것을

 

사진 속, 유독

또렷한 너를 담아낼 수 있었던

기쁨에 도취한 나머지

 

나 역시

이토록 외모에 민감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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