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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107

너무 이기적이어도 좋지 않으리/정 열 너무 이기적이어도 좋지 않으리/정 열 벌써 오일 째, 그녀와 데이트한다 흐린 날과 비 오는 날을 가장 싫어하는 그가 며칠 동안 계속 되는 궂은 날씨도 접은 채 오붓한 시간, 함께 병원 가고, 맛집 가고 즐기는 중이라고 오한과 함께 저질 체력이지만 신선함과 일상은 전혀 다른 차원의 시공간 같아서일까 산소 같은 이유라고, 글쎄 사람을 들이는 일, 그이의 동생과 동거한 지 정확하게 한 달 넘어서는 가운데 가을 내음을 맡은 코스모스들이 일제히 누웠다 가뿐하게 몸을 일으키며 연신 미소를 띤다 자신의 피붙이에게도 일상을 한 칸 내어주기엔, 우린 사랑 앞에서만큼은 너무 이기적이어도 좋지 않을리 2022. 8. 17.
지금 시인은/정 열 지금 시인은/정 열 얼마나 졸았던 것일까 컴퓨터 앞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클랙슨 소리, 비행기 소리, 온갖 기계 돌아가는 소리, 새소리 꿈인 양 듣다, 번뜩 떠진 눈 밤 열두 시 됐을까 깊은 밤만 같아 컴퓨터 하단 자동 센서가 박힌 것만 같은 궁금하면 바라보게 되는 시간 하얀 몸피의 오후 두 시 오십구 분이 안개 꽃송이 같아 헷갈리는 것이 어쩜 당연한지도 모를 시인의 완전히 뒤바뀐 밤이나 낮이나 졸음 앞에 서 있다 보면 바뀐 것은, 전부 다 똑같아 며칠 전부터 오늘까지 늦은 오후만 되면 쏟아지곤 하던 잠이었을 뿐인데 이 또한 현미경을 들고 들여다보면 순전히 며칠 동안 오던 비, 당신 때문이었지만 수면제 끊기 보다 더 어려운 뒤바뀐 시인의 밤과 낮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싶은 마음, 1도 없었지만 시인의.. 2022. 8. 13.
시작된다, 소음은/정 열 시작된다, 소음은/정 열 열어놓은 창문을 몇 번 쳐다본다, 더 이상 인내에 한계였을까, 바로 컴퓨터 하단에 박혀있는 시간을 확인한다. 오전 다섯 시 삼십 분이었다. 정확하게 꽝 창문 역시 닫혔다 바로 크게 심호흡이 쏟아져 나온다, 파르라니 내리는 듯한 빗소리와 함께 켜놓은 은은한 음악소리에 스르륵 감긴 눈 경탄해 마지않는다, 이 아득한 적요라니 창문 하나 닫았을 뿐인데 듣기 좋은 소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만 같아 꽃 같은 인내의 끝판이여,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시인의 창문이여 나, 그대에게 경배를 들어보기는 처음이구나 2022. 8. 13.
저 깊은 가을 배경 속에서/정 열 저 깊은 가을 배경 속에서/정 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한 여름부터 바짝 와닿던 가을 내음 타는 듯하던 가슴속 깊이, 한 번씩 뛰쳐 들어와 휘이 한 줄기 금을 그으며 빠져나갔다 그때마다 펄럭이는 달력으로 향하던 그녀의 커다란 눈 7월 중순 지났을까, 보고도 믿기지 않아 고개 숙여 바로 들여다보는 몸, 약해졌어, 다들 덥다잖아 낮에 본 TV 뉴스, 오후에 통화한 훨씬 여든 넘은 엄마 아침저녁으로 운동 삼매경에 빠진 그와 영어책만 끼고 사는 그의 동생도 언어를 부리는 당신의 향기, 그녀는 향기에도 약해서였을까 확신하게 된 신, 동지를 만났다는 것, 병원, 학원 얘기도 나쁘지 않았지 예술과 함께 공감한다는 말, 와락 와닿던 온기 새 한 마리가 울고 있던 시간 당신 역시 나즈막하게 예찬했던 가을 바람에 약한 그.. 2022.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