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인은/정 열
얼마나 졸았던 것일까
컴퓨터 앞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클랙슨 소리, 비행기 소리, 온갖 기계 돌아가는 소리, 새소리
꿈인 양 듣다, 번뜩 떠진 눈
밤 열두 시 됐을까
깊은 밤만 같아
컴퓨터 하단
자동 센서가 박힌 것만 같은
궁금하면 바라보게 되는 시간
하얀 몸피의 오후 두 시 오십구 분이 안개 꽃송이 같아
헷갈리는 것이 어쩜 당연한지도 모를 시인의 완전히 뒤바뀐
밤이나 낮이나 졸음 앞에 서 있다 보면
바뀐 것은, 전부 다 똑같아
며칠 전부터 오늘까지
늦은 오후만 되면 쏟아지곤 하던 잠이었을 뿐인데
이 또한 현미경을 들고 들여다보면
순전히 며칠 동안 오던 비, 당신 때문이었지만
수면제 끊기 보다 더 어려운
뒤바뀐 시인의 밤과 낮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싶은 마음, 1도 없었지만
시인의 염원이 또 한차례 이루어진 걸까, 온전히
늦은 오후에 자는 잠과 함께 밤 열두 시
이른 새벽, 일어나는 당신처럼 되기를 꿈꿨던
지금 시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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