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깊은 가을 배경 속에서/정 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한 여름부터 바짝 와닿던 가을 내음
타는 듯하던 가슴속 깊이, 한 번씩 뛰쳐 들어와 휘이
한 줄기 금을 그으며 빠져나갔다
그때마다 펄럭이는 달력으로 향하던 그녀의 커다란 눈
7월 중순 지났을까, 보고도 믿기지 않아
고개 숙여 바로 들여다보는 몸, 약해졌어, 다들 덥다잖아
낮에 본 TV 뉴스, 오후에 통화한 훨씬 여든 넘은 엄마
아침저녁으로 운동 삼매경에 빠진 그와 영어책만 끼고
사는 그의 동생도
언어를 부리는 당신의 향기, 그녀는 향기에도 약해서였을까
확신하게 된 신, 동지를 만났다는 것, 병원, 학원 얘기도 나쁘지 않았지
예술과 함께 공감한다는 말, 와락 와닿던 온기
새 한 마리가 울고 있던 시간
당신 역시 나즈막하게 예찬했던 가을
바람에 약한 그녀, 한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사는
병아리 눈물* 만큼 며칠 더 빠른 것은 당연할지 몰라도
궤를 나란히 한다는 것
확실한 것은 보편적이지 못한 상황,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
안타까워 할 필요 없지, 더이상
쌍둥이도 똑같지 않은 촉수
글도 현실도 바로 끄덕여지는 그녀의고개
하지만 당신과 그녀, 둘 다 예기치 못한 사고, 과연 그 후유증 탓일까
현미경을 꺼내어 들여다 보지 않아도, 당신, 그녀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다는 것, 모든 면에서 그녀도 이제는 알 정도니까
어릴 적 무심코 봤던, 비가 오기 전, 집단으로 대이동 하는 개미
언제가 들었던 먼 곳의 소리가 가까이 들리면 비가 온다는 얘기조차
습기 감지 기능이 가장 먼저 발달하는 족속이듯, 저기압에 예민한
빨라지는 음의 전도이든
당신을 그리며 그녀 만의 지난밤 꼬박 지새운, 사진 속
저 깊은 가을 배경 속에서, 빠져나올 기미 없어, 8월 하고도
5일, 자연과 언어, 예민의 극치리라
(오전 7시 41분 시작, 오전 10시 3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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