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정 열
통창 넓은 청풍면옥 왼쪽, 연신
미소짓고 있는 앙상한 은행나무 한 그루
바라본다, 어제와 달리 퍼붓는 비 속
여전한 역병 속에도 정성 가득한 손길은
더욱 빛을 발하는 걸까, 상시 대기 중
우산을 든 키 작은 사람, 키 큰 사람
발걸음 끊이지 않는 것이, 이 시국에
연이어 찾아와도 고요한 것이, 어제와
사뭇 다른 상황이지만, 마침내
벗은 벽돌색 코트, 순간
미세하게 떨리는 두 손, 그래도
젖어보고 싶은 파르르한 가을비 속
창 밖 운치, 떨어져 바닥에
수북이 쌓여가는 은행나무 잎
내일도 계속 내린다는 비일지라도
미열로 잠시 앓을지라도
약속은 약속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