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제 할 일은 다 한다/정 열
새벽, 미세먼지 속에서도 새소리는 맑다
속내야 내가 알 바 아니지만 제 할 도리라는 걸까
숨을 한 번 들이마시다 말고
화들짝, 쳐지는 손사래, 자동으로 마스크를 쓴다
순간, 아스라하게 펼쳐진 바닷가 근처 숲
기억의 타임머신의 위력이라고나 할까
죽어있던 아기 새, 배속에 대책 없이 들어 있던
스티로폼, 그물 나부랭이, 비닐 조각들의 한 컷
글쎄, 이 미세먼지 속과 무엇이 다를까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보인다는 것, 결국
동전의 앞뒷면이지만 바뀌지 않아, 그러니까
팩트는 하나라는, 그 한결같은 모습이
문제일 순 없는 것처럼
반드시 현미경이나 칼을 가지고, 그 속내를
들여다봐야만 할까
과거, 아니 상상과 미래, 즉 맘만 먹으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위드 코로나와
함께하는 지금은 21세기 디지털 세상
마스크를 써도 그만 쓰지 않아도 그만이지
나처럼 민낯으로 대면하기 버거우면 마스크를 쓰든
더 나아가 가면을 쓰든 무엇이 대수일까
답은 이미 모두 나와 있잖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데이터 홍수 속
눈이 따가운 새도 제 할 일은 다 한다는데
더욱더 자기 자신보다 상대, 즉, 나아가
도와주고 볼 일은 가장 먼저, 나와 밀접한
발을 딛고 있는 지구가 쉼 없이 지금처럼
신호를, 시공간을 초월해서 보내고 있다는 중이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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