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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위드 코로나/정 열

by 7sun 2022. 5. 16.

위드 코로나/정 열

요즘은 이집 저집 코로나 환자가 생겼어요, 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미 서울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에 감염됐다고도 하지 않던가? 또한 코로나와 같이 하자는 것이 슬로건이기도 하고.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 3월, 모텔 사업하시는 시부모님 가운데, 어머니께서 먼저 코로나에 걸리셨다. 성격상 평상시에도 외출이 잦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뒤이어 아버님마저 코로나에 걸려, 두 분 나란히 한 병실에 입원하시게 됐다.

 

당시, 병실이 부족한 상황이라, 고령의 노인분들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은 집에서 자가 치료 중이던 시점이었다. 그나마 아버님은 구순이 넘고, 어머님은 팔순이 넘어 두 분은 모두 기거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이나마 입원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면회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전화 통화를 했다. 한 삼일 째 되던 날까지 어머니의 건강은 폐렴 증상으로 매우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씀 도중 자지러지며 쿨렁하는 기침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당장에 사달이 날 것만 같아 무서웠다. 반면 아버님은 그때까지만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침도 않고 목소리도 멀쩡했다. 그런데도 느닷없이 아버님께서 '병원이 순 도둑놈들'이라고, 당신은 멀쩡한데 폐렴기가 심해진 것 같다고, 저녁때 피검사를 한다고 했다며 역정을 내셨다는 것이다. 우리는 운동이 몸에 밴 양반이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하신다고 생각하자, 오죽 답답하셨으면 그랬을까, 절로 이해가 갔다고나 할까.

 

그 다음날이었다. 오전에 전화를 하자 어머니께서 받으셨다. 순간 전날과는 사뭇 다른 매우 호전된 목소리였다. 기침도 거의 잦아 들어 통화하는 동안 한결 편안해진 목소리여서 의아했다. 왜냐하면 재작년 2월 경부터 몇 달을 심한 폐렴으로 사경을 헤메시다 간신히 나으셨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어머니는 완전 고 위험군에 속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의아했던 것은 아버님과 통화하려고 하자, 어머니께서 통화가 힘들다는 거였다.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계시다는 거였다. 순간, 사지가 떨려왔다. 어머님께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전화를 끊고, 그이에게 전화를 했다. 상황이 지금 그렇다고.

 

이 와중에 동서는, 병원에서 마음에 준비를 하고 계시라고 했다며 오전에 서방님한테 전화까지 왔다는 거였다. 나는 믿기지가 않았다. 분명, 전날 나와 웃으시며 당신은 건강하니까, 우리들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실 때도 잔 기침 한 번 않으셨던 것이다.

 

나는 바로 서방님한테 전화를 했다. 낮 열두 시가 되려던 참이었다. 도대체 아버님 상황이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사색이 되어 전화를 하는데, 느닷없이 꺼이꺼이 웃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방님도 아침 일찍 병원 간호사한테 그런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너무 경황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처럼 전날의 아버님과의 전화상 목소리를 봐서 믿기지가 않았다고. 그래서 바로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분인데, 무슨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거냐고? 그러자 산소호흡기를 하셔야 하는데, 자기네 병원에는 산소호흡기가 없어 코만 착용하는 것 밖에 조처를 취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의사소통에서 어떻게 말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는 거였다. 그럼 그렇다,라고 똑바로 전달을 해 주셔야지, 사람을 아침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너무 하신 것 아니냐고 했다는 거였다. 아무튼 나는 십년감수했다면서 전화를 끊고 바로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이번엔 아버님께서 산소량이 많이 떨어져서 코에만 착용하는 호흡기를 계속 착용해야 하는데, 갑갑하니까 자꾸만 뻰다는 거였다. 그리고 갑자기 폐렴이 심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제와 달리 아버님 목소리에서 쌕쌕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역시 코로나는 만만치가 않구나 싶었다. 이런 가운데 천만다행인 것은 가장 근심이 되던 어머니께서 완쾌됐던 것이다. 입원한지 거의 보름째였던 것 같다.

 

문제는 보름 가까이 갇혀지내다 보니까, 답답한 나머지 어머니께서 한사코 당신은 가게 봐야 한다며 나가겠다고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다. 병원은 그럴 경우, 간병인은 쓸 수 없으니까, 가족 중 한 사람이 아버님을 보살펴야 하므로 병실에 들여보내야 한다고. 너무 연로하시기 때문에 수시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거였다.

 

하는 수없이 막내 시동생이 아버님과 한 병실에 있기도 했다. 예방 접종을 단 한 번도 맞지 않은 상태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됐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거기에서 시동생은 자주 나에게 자기의 속내를 털어놨다. 아버님과는 가장 뜻이 잘 맞지 않았던 탓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때마다, 도련님이 그 정도라면 아버님은 더 스트레스를 받으실 거니까, 인내하라고 정말 수고 많다고 독려하기 바빴다.

 

시동생은 처음엔 일주일만 버티면 된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있다가, 나중에 일주일 더 있어야 한다고 했을 때는 정말 꼭지가 돌 것 같았다고 했다. 볼모로 잡힌 거나 다름없는 것도 모자라, 밖에서 아예 문을 잠가서 안에서는 바깥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영낙없는 철창신세라고... 워낙 자기는 내가 알다시피 책을 끼고 사니까, 다 견딜 수 있었지만, 욕실에서의 사용 시간이 길다는 것 부터 시작해서 등등. 그러니까 시동생은 매우 꼼꼼하고 씻는 것도 여자처럼 느린 반면, 아버님은 운동으로 다져진 상 남자다운 성향이 강한 분이었다. 이토록 성향이 다람 사람 둘이 한 공간 내에 보름 가까이 지내려니 얼마나 곤욕스러웠을까, 마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아버님께서도 마침내 근 한 달 조금 못 미쳐 무사히 퇴원을 하셨다. 그 사이 내가 알고 지내는 교사도 아들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전화를 해 왔다. 알다시피 이제는 누구나 코로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당사자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 바로 위드 코로나 시대라는 것이다.

 

아참, 병원 입원 당시 아버님은 식사를 무척 잘 하셨다고 했다. 당연히 잠도 잘 주무시고. 따라서 불면증과 소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나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동물은 몸이 아프면 잠을 자면서 회복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다. 충분한 식사와 충분한 수면이야말로 코로나, 아니 모든 병을 극복하기에 있어서 가장 기본 조건은 아닐까. 따라서 요즘 나는 졸리면 무조건 잔다는 위주로 전과는 완전 다른 방식으로 푹 수면을 취하는 중이다. 

 

지금도 아버님께서는 꾸준히 일주일에 한 번, 꼭 당신이 먼저 코로나 조심하라고 전화를 하신다.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시며... 지금도 그때 당시를 떠올리면, 단 한 번 면회도 안 갔지만, 천당과 지옥을 오갔는가 하면... 아무튼 나이가 고령임에도 코로나를 극복하시고 전보다 더 건강해 보이시는 두 분을 보자니, 부모님께 무조건 감사드리고픈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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