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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염원/정 열

by 7sun 2022. 5. 17.

염원/정 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심으로 자신을 잡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우리는 거뜬히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요즘 간간이 읽고 있는 <<좋은 생각>>6 월 호 가운데 <어머니를 위한 기도>를 읽는 동안 들었던 생각이다. 그러면서 바로 떠오른 한 사람이 있다.

 

코로나 시대가 아니었다면 결코 닿을 수 없었던 단 한 사람. 나의 멘토인 교수님이다. 바빠도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당신의 육신을 편히 쉬게 하는 날이 없을 정도다. 말하자면 일요일이 요일 가운데 가장 바쁜 날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분의 조심스러운 블로그 왕래로 인하여 자주 댓글로써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교수님은 언제부턴가 노크를 하듯 나의 카톡에 당신의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힐링할 수 있는 예쁜 사진을 올려놓았다. 그 당시 나는 블로그에 대해 전무한 상태라 물어볼 것이 너무 많은 상태였고. 

 

나는 교수님을 몰랐을 때는 글이 너무 영해 소녀인 줄로만 상상하고 있었다. 글을 너무 잘 쓰는 이십 대 초반으로만...

 

그러던 어느 날, 나의 폰에 그 어리고 고운 상상 속 그녀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는 거였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호흡을 가다듬으며 전화를 했다. 아쉽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는지, 통화가 되지 않았다. 즉시, 바빠서 다음날 전화를 하겠노라는 톡이 날아왔다.

 

다음날이었다. 전화를 기다리는데, 오래간만에 무척 설렜다고나 할까? 과연 목소리는 어떨까? 도대체 글은 왜 그토록 잘 쓸까? 등등으로... 그런 가운데 마침내 그녀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무개 되시죠? 하는 순간, 나와 그녀는 동시에 놀랐다고나 할까? 글이 너무 싱그러워서 아주 여린 소녀라고만 상상했노라고 내가 먼저 전화를 받고 당황했던 정황에 대해 얘기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영어 등 강의를 많이 해서 목소리가 많이 나빠져서 조금 거칠게 들렸을 거라며, 나의 목소리가 좋다는 거였다. 휴우,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크게 숨이 쉬어졌다. 워낙 한 소심하는 편인데,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이라 무척 긴장이 됐던 것이다.

 

뭐든지 일이란 처음만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익숙해지기 마련이라고나 할까? 교수님은 바쁜 와중에도 전화와 톡을 매일 했다. 언제부터가 전화는 거의 새벽시간이 고정 타임이 될 정도였다. 

 

신기한 것은 서로 알아갈수록 비슷한 사고방식과 애들 교육 쪽에 종사했던 기간도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비견이 안될 만큼 훌륭한 분이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성인이라면 집집마다 고민 없는 집이 없다는 것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아무튼 교수님에 대한, 그간 살아왔던 얘기들을 한 번씩 듣다 보면, 감동과 경악으로 내가 겪은 거는 교수님의 발뒤꿈치의 떼만도 못하는 수준들라는 것이었다. 한 예들 들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과외를 해서 학비를 벌어, 자신을 비롯해 동생들, 오빠까지 뒷바라지를 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는 꿈도 못 꿀 형편이었다고. 여기에 당신은 공부 욕심이 너무 많아 대학원도 여러 군데 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많은 고생을 해서 형제들 뒷바라지를 해 줬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엄마 명의로 사준 집을 동생이 당신 몰래 처분해버리는 등 황당한 사건들 투성이였다고. 이렇듯 열심히 살았지만 곱고 깔끔한 성정과 달리 우여곡절이 많아, 나쁜 마음과 우울증 등으로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글을 쓰면서 많이 치유됐다고. 그리고 교수님은 내가 당신과 같은 일에 종사한 관계로 지나가는 말이든 어떤 얘기를 해도 내가 다 이해해 줘서 고맙다고. 나로서는 충분히 공감이 갔던 부분이었다.

 

글쎄, 나는 시절 인연이란 단어를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여태 만나는 친구든 사람과의 인연이 더는 이어지지 않게 되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 등. 살다 보면 모든 인연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 왜냐하면 연속 지속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예전 나의 일기장을 한 권 들여다보면, 내가 간절히 빌었던 멘트가 있다. 귀인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라는 멘트가 일 년 가까이 쓰여있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나의 염원이 이뤄진 것이라고나 할까?

 

언제부턴가 나의 멘토이자 교수님이지만, 나보다 나이가 어린 관계로 동생인 그분을 위해 영혼의 동반자가 되어드려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교수님은 지금도 다 못한 얘기가 열 개 가운데 여덟. 아홉 개는 남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다 말할 필요도 없고, 당신도 내가 나에 대해 다 말해도 모두 다 알 수는 없는 게 아닐까라고. 맞는 말이더라도 이 얼마나 외로운 말이던지...

 

그러니까 교수님은 너무 심성이 고운데, 눈물도 많고, 쉽게 상처를 입고, 남에게 싫은 소리 절대 하지 않고, 힘든 사람 그냥 못 지나치는 성격인 만큼 힘들 때면 무조건 감싸드려야겠다고.

 

그 누군가를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면 아마 그것은 분명 신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리라.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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