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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4

잠/정 열 잠/정 열 잠과 친하지 않은 그녀, 자정이 다가올수록 양쪽 어깻죽지를 긁기 시작한다 그 빈도에 따라 마음의 날갯짓 또한 펄럭이는 걸까 그녀의 반쯤 닫혀 있던 빗살 달린 창문이 활짝 열린다 공룡들의 마을이라는 생각은 오래됐다 거대한 회색 덩어리, 그녀는 이곳 십팔 층에서 배회하다 말고 자신에게 매달린 창문으로 눈에 띄는 공룡의 서재 창문을 열고 서로 비슷한 몇 안 되는 다른 공룡의 열려 있는 눈들을 바라본다 환하게 새어 나와 창가에 걸터 앉아 있는 낮에는 없었던 낙인 같은 불빛들이 반갑지 않은 것은 왜일까 부엉이과에 속하는 족속들이 활보하는 창문 가득 그렇게 무심한 것 같지만, 보통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빗살 달린 창문을 꼭 닫은 채, 까무룩 잠 속에 빠졌던 달갑지 만은 않은 낮에 대한 횡보, 설핏 흘러내.. 2022. 6. 3.
비온 뒤/정 열 비온 뒤/정 열 가볍게 입은 옷차림, 오후 내내 머물렀던 병원, 이때 까지만 하여도 따스했던 바람은 착각이었을까 집에 와, 습관처럼 열어 본 창문 순간 확 돋는 소름, 그 어디에도 없던 발목까지 파고드는 센 바람 해 질 무렵, 하루 중 유일한 힐링 타임이지만, 너무 추웠다 오늘만큼은 확연한 온도 차이 오전 내내 내린 봄비 탓이었을까 오한이 들기 전, 히터가 머릿속에서 켜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2022. 5. 2.
for 너/정 열 for 너/정 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 무조건 창가로 향하는 시인의 발걸음 두 시 이십구 분, 창문을 활짝 열어보는 4월 새벽바람이 차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하염없이 유랑하고 있는 너를 찾아 넷플릭스, 책, 음악, 미술, 여행, 비록 너에게로 가는 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지라도 지루함과 거추장스러움, 이 모든 기다림, 게으른 시인에겐 아킬레스건이다 너를 위한 간절함에 비하면 소소할지라도 환기, 너를 만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떠오르는 한 줄기 빛, 영감 시인은 항상 목이 마르다 2022. 5. 1.
열다, 창문/정 열 열다, 창문/정 열 서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혔다. 휘영청 남쪽 하늘 높이 떠 있는 둥근달이 어제에 이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잔뜩 쌓인 하루의 찌꺼기가 한순간에 다 날아간다고나 할까. 다소 바람이 어제보다 서늘해, 변덕 심한 것은 봄의 개성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저 멀리에 있는 산들이 보이지 않는다. 눈을 비비고 봐도 마찬가지다. 이내 다초점 안경을 가지고 와 꼈다. 짙은 잿빛 물감으로 칠해놓은 것처럼 하늘가 모두가 흐리다. 순간 뭐지? 비가 올 것만 같아 보이는 찌뿌둥해 보이는 정경 앞에서 다시 하늘 위를 올려다봤다. 하얀 밤 구름 하나 없이 여전히 밝기만 한 달. 반면 그 달을 벗어나서부터는 잿빛으로 뿌옇게 건조하게만 느껴지는 하늘. 지금은 밤 열두시 오십오 분, 의아한 가운데... .. 2022.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