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 창문/정 열
서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혔다.
휘영청 남쪽 하늘 높이 떠 있는 둥근달이 어제에 이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잔뜩 쌓인 하루의 찌꺼기가 한순간에 다 날아간다고나 할까.
다소 바람이 어제보다 서늘해, 변덕 심한 것은 봄의 개성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저 멀리에 있는 산들이 보이지 않는다.
눈을 비비고 봐도 마찬가지다.
이내 다초점 안경을 가지고 와 꼈다.
짙은 잿빛 물감으로 칠해놓은 것처럼 하늘가 모두가 흐리다.
순간 뭐지?
비가 올 것만 같아 보이는 찌뿌둥해 보이는 정경 앞에서 다시 하늘 위를 올려다봤다.
하얀 밤 구름 하나 없이 여전히 밝기만 한 달.
반면 그 달을 벗어나서부터는 잿빛으로 뿌옇게 건조하게만 느껴지는 하늘.
지금은 밤 열두시 오십오 분, 의아한 가운데... 그래도.
창문을 연다는 것.
뇌의 전환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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