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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2024년 12월 25일 1.

by 7sun 2024. 5. 11.

 

오후 세 시였다.

혜원은 너무 많은 사람으로부터 축복을 받고 눈물이 맺혔다. 내 생애 이토록 뿌듯했던 날은 몇 번 없었지.

교리 공부도 끝났고, 가볍게 한 번 써서 응모한 웹소설도 대상에 당선됐다.

 

그래서 마침내 쭉, 7개월 동안 벼르고 있었던 일을 감행하기로 했다. 

 

매일 다니던 산책로는 대로변이어서 '바틀 창고'에 가기까지는 크리스찬 교회가 운영하는 통창 앞, 잘 가꿔진 정원이 예쁜  베이커리 카페, 'A LOAF HEAVEN'뿐 아니라 햄버거, 아이스크림, 마라탕, 만두... 가게들을 지나쳐야 했다.

 

평상시 같으면 이 많은 상점 가운데서 분명 저 카페에 들어가서, 빵을 주문받는 인상 좋은 아주머님과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나누면서 진저 레몬티를 시킨 후, 기역자 모양의 통창을 통해 작은 정원이 가장 근사하게 보이는 위치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삼십 분가량 시간을 보내다가 마저 산책길에 나섰을 것이었다.

 

물론 카페 'The Bean'도 넓고 좋아서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일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카페 'A LOAF HEAVEN'과는 비교가 안 되었던 것이다. 이곳은 교회에서 하는 카페라서인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클 뿐 아니라. 공간 배치를 거실처럼 꾸며, 푸릇한 화분들과 청량한 공기가 남달라서 한 번 들어가 본 다음부터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기도 모르게 들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혜원은 이런 게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대상 받으면 꼭 들러서 위스키 살게요. 꼭 그때 맛있는 위스키 추천해 주세요!"

 

4월 어느 날이었을까. 자기도 모르게 들어가서 위스키 주인 여자에게 말했었는데. 마침내 그 소원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큰 눈을 반짝이며 짧은 커트 머리를 한 날씬한 주인 여자의 도움을 받아 혜원은 자신의 구미에 맞을 것 같은 십오만 원짜리 위스키를 선택했다. 정말 오랜만에 꽃집에 들러 화병에 꽂을 꽃도 오만 원어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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