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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1222 감정

by 7sun 2024. 12. 24.

1222 감정

감정은 항상 듣는 말이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감정은 털어내 버려야 할 쓰레기 같은 게 아닐까.

 

오늘은 교리실에 도착함과 동시에 가볍게 인사만 하고 사담은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지난주와 같은 불상사를 원천 봉쇄하고자 나름의 작전이었다. 확실히 지난주와 달리 표정 관리하기로 작정했던 만큼, 감정에 있어서 만큼은 분분하지 않은 것이 세상 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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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오늘, 교리실 들어갔을 때, 교리 공부 마지막 날인 관계로 교리 선생님께서 손수 장만해 오신, 먹음직스러운 치즈가 곁들인 양상추샐러드와 갖은 야채, 계란 범벅이 들어간 맛있는 샌드위치가 자리에 떡하니 놓여 있었지만, 다들 쳐다보는 사람들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까 평상시 같으면 해맑은 성격상 솔 톤 목소리와 함께 나만의 특유의 제스처가 나왔을 터였다.

 

하지만 그 누구든 간에 나로 하여금 두 번 다신 - 목소리나 그 외 보이는 것이라든지 아니면 뭐든 푹 빠져서 열심히 하는 것 등으로 - 질투 난다는 소리 듣느니, 아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자 그 어떤 제스처나 말 한마디라도 삼가야겠다고 작정했다.

 

편협한 성격이라고 생각할지라도 저런 식의 말을 듣는 것은 여간 사람을 우울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입장 바꿔 놓고 보면 나라도 00 자매님이라면 질투 나겠구나, 이해가 간다. 사람이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거에 대한 미련 때문에 부러움과 미움이 교차하기 마련이리라.

 

하지만 함께 공부한 지 8개월이 지났으니까 00 자매님의 거침없는 성격을 아는 이상, 또 그녀의 레이더망에 계속 걸리는 것이 나라면, 그 레이더망을 차단하는 방법은 될 수 있는 한 그녀와 함께하는 자리에서 만큼 대화를 삼가는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으리라.

 

평상시와 달리 -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주변인들에게는 나름 감정 표현을 그때그때 잘해 왔던 만큼 - 평정심을 유지하려니 머쓱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서 다들 어디 아프냐고 물었지만, 일관되게 말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상한 감정으로는 단 일 초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비록 이 또한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내 앞에서 만큼 더 이상 나에 대해서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예민한 성격상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가 하면 한편으론,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어땠을까. 하지만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 것은, 남다른 그녀의 대응 방식에 식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것이.

 

하루는 다짜고짜 나이가 똑같으니까 말 놓자길래, 웃으면서 편하실대로 하라고 하자. 순간 헉, 오른쪽 어깨를 치는데 손매가 어찌나 매섭던지. 놀란 나머지 어깨가 안 좋으니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하자, 왠걸. 아예 자신의 어깨 좀 한 번 세게 주물러 달라고 내 앞에 들이대는 게 아니겠는가?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이나 방식 등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다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니 감정. 상대방은 좋자고 한 얘기일지라도 당사자가 듣기에는 거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기에 내가 말을 아끼는 방법 외엔.

 

성경 가운데도 '사람의 혀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습니다.'-야고보 3장 8절, '같은 입에서 찬미와 저주가 나오는 것입니다.'-야고보 3장 10절 말씀이 있다.

 

비록 서로서로 내 눈치를 보는가 싶으면, 살짝 피하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양 손에 떡을 쥘 수는 없잖겠는가.

 

다만 감정 표현 못지않게 침묵하는 것도 수련이리라.

 

그동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충 웃어 넘어갔지만, 더 이상 감정 소모하고 싶지 않기에.

 

그런데 어떻게 이런 감정을 다스리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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