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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므로 다르므로  핸드폰에 하트 하나 눌러주는 것도 싫단다, 그는따로 살았을 때는, 격의 없이 꿈만 꿔도 전화하고, 황당한 일 겪을 때도 전화해한바탕씩 풀어놓곤 했던 그의 수다아직도 그녀 귀에 쟁쟁한데불과, 함께 산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여자처럼 다정한 줄만 알았던그에 대해 하나씩 알아간다고나 할까 그의 형 또한그녀와는 정반대로 서구화된 사고방식결혼한 지 십 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이혼 생각, 하지만 애정전선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정확하게 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고나 할까 비로소, 그의 형과 삼십 년을 알고 지냈어도 모르는 것이 더 많으리라는 것이상하지만 끄덕여지는 고개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녀 또한 말을 듣지 않는 몸다르므로,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고나 할까 눈이 하나 달린 것이 아닌 이상.. 2024. 5. 29.
집중 새하얗게 열어놓은 창밖, 별나게 소란스러운 새벽 두 시 오십구 분이런 날도 있었을까, 싶은 정도로 한배를 탄 더위와 소음 앞에더 이상 집중할 수 없자, 느닷없이시끄러워서 공부 못 하겠어요.들려오는 예전 가르치던 학생들의 볼멘 목소리 한여름에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아, 서울역 광장에서시험을 치르더라도, 소란스러움 따위 개의치 않고, 오직 집중할 뿐이지전쟁 나도 공부에 집중하면 느껴지지 않는다고누가 한 말인지도 까맣게 잊은 채 했던 말 하지만 이제야 손 내밀어 청하고픈 악수, 그동안꽝, 닫아놓고 있었던 서재 창 역시, 오직 소음 때문이었다는 것 인제 보니, 참, 대낮이나 별단 다를 것도 없는새벽, 집중, 시끄러우니까 어렵구나, 얘들아, 그땐 왜 몰랐을까 2024. 5. 25.
발이 없는 새 언제부턴가 그녀는 발이 없는 새였다, 그런데어느 해 이른 봄, 그녀가 자주 가곤 하던북쪽에 위치한 청록색 화실 끝에서, 날개가모두 부서진 채 철철 피 흘리고 있는 그를목격하게 되었다, 하는 수없이 그녀는, 왼쪽 날개 하나를 떼내어, 왠지 낯익은 그에게, 다신상처 받거나 바람 불어도 흔들리지 말라고꽝꽝 무쇠를 박아 달아줬다, 그때부터 그는양수리 여행길에도, 백화점 귀걸이 사러 갈때도, 발이 없는 그녀를 그의 마른 등에 업고다녔다, 마지막 천국의 책방으로 가는 그녀의동생에게 갈 때도 그는, 그녀를 목마 태우고 갈 정도였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은 상황이 많이나빴다, 따뜻한 곳으로 알았던, 그의 남쪽나라에서 그녀는 구천구백 미터씩 뛰어오르며달려드는, 그의 식솔들한테, 그가 보는 앞에서송두리째 깃털이 뽑힌 채 .. 2024. 5. 24.
올봄 크고 작은 화분, 현관문 밖으로내놓았다, 그동안 큰맘 먹고 사서공들여 키워, 망설여졌지만조금씩 변화의 조짐, 우선 수용하고 본다 새 아파트 입주 전부터 꿈꿨던, 카페 분위기에 대한 로망, 푸른 나무 무성한 작은 숲거실 정원 단숨에 저버릴 수 없었지만몇 년 동안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뼈의 통증 마음보다 삶에 밀착된 시선, 독하게미련 없이 지금은 봄이니까, 평소좋아하는 나무, 화초, 눈만 뜨면 저절로 가는 시선한 개라도 더 늘어나기 전 내가 들은 이상, 우연이라도 AI시대이지만, 좋지 않다는 것에 공들이기보다무조건 믿고 따르고 싶어, 내놓은화분 가운데, 몇 개, 다시 현관 안으로 들여놨다 내놓았다를 반복한 끝에 잠시 그 앞에 서는데, 떨어지지 않는 발차마, 이 아이들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흔들리는 .. 2024.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