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화분, 현관문 밖으로
내놓았다, 그동안 큰맘 먹고 사서
공들여 키워, 망설여졌지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 우선 수용하고 본다
새 아파트 입주 전부터 꿈꿨던, 카페 분위기에
대한 로망, 푸른 나무 무성한 작은 숲
거실 정원 단숨에 저버릴 수 없었지만
몇 년 동안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뼈의 통증
마음보다 삶에 밀착된 시선, 독하게
미련 없이 지금은 봄이니까, 평소
좋아하는 나무, 화초, 눈만 뜨면 저절로 가는 시선
한 개라도 더 늘어나기 전
내가 들은 이상, 우연이라도 AI
시대이지만, 좋지 않다는 것에 공들이기보다
무조건 믿고 따르고 싶어, 내놓은
화분 가운데, 몇 개, 다시 현관 안으로
들여놨다 내놓았다를 반복한 끝에
잠시 그 앞에 서는데, 떨어지지 않는 발
차마, 이 아이들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
흔들리는 마음, 하지만 당신부터
돌아보라고 하는 것만 같아, 툭 터져 나온 말
'그래 얘들아, 그동안 고마웠어. bye'
어깨를 올렸다 내리곤 바로 아파트
카톡 방에 찍어 올린 글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하루 지나 올라온 글
'이쁘게 잘 키우셨네요. 햇살 좋은 집에서 계속
잘 키울게요. 감사합니다!'
순간, 따큼거리는 목젖, 뜨겁게 녹는 쌓였던 정
이별 또한 이토록 뭉클할 줄이야
거실 정원 가꾼지 하루 만에 갈아 엎은
거실, 용트림을 한, 기적 같은 한 해
너는 참, 별나게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