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오늘

컴퓨터 사양

by 7sun 2024. 5. 18.

 

컴퓨터란 사양이 다르면 배우는 입장에서는 더 난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워드프레스를 배우기 위해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하는데, 강사님 따라 똑같이 크기를 '최솟값'으로 하려고 해도 나의 컴은 최소한 얼마만큼은 되어야 한다고 말풍선이 뜨니 말이다. 내가 유튜브를 훑어봐도 이 강사님처럼 친절하게 거의 다 알려주는 분도 없던데... 아무튼 얼추 따라가나 했더니, 세상에 내가 똑같은 버전도 아닌 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할 것 같으면, 광고나 유튜브마다 유료 강의가 그토록 많을 리 없었겠지! 

 

온통 컴퓨터 기기에 지친 나머지 밤이 다 되었지만, 무조건 밖으로 뛰어나오다시피 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상큼 발랄한 음악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쫙 폈다. 유독 밤 구름이 활기찼다. 마치 물결치듯 흐르는 밤 구름이라고나 할까.

그런가 하면 다른 한쪽으로는 거대한 브이자 모형의 흰 구름과 함께 하는 밤하늘이 참 환하고 맑았다. '오늘따라 참, 밤 구름 한번 요란하네...' 덩달아 신이 난 나머지, 어제오늘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느라 녹초가 되어있다시피 했던 몸과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나도 모르게 밤 구름 따라 홀리듯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러자 밤 구름은 더욱더 진귀한 모습으로 나의 눈을 휘어잡는 게 아닌가! 

 

그러기를 얼마나 한 걸까? 나의 손은 어느새 핸드폰 카메라로 하늘을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느새 9시도 넘었는데 오늘 따라 지나가는 학생부터 아주머니, 아저씨까지... 그런데 한 번 사람이 다른 곳에 빠져있을 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하늘을 향해 사진 찍느라 뒤에 누가 오는지 모르는 와중에 부딪히자, 되려 이상하게 쳐다봐지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참, 나도... 그러고서도 사뭇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밤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하니... 그야말로 머릿속이 다 개운했다.

 

 

하지만 더는 멀리 못 가고 다시 아파트 단지를 향해 들어왔다. 낮에 하지 못했던 산책 겸, 아파트 단지 내에서 더 걸었다. 그런데 으스스한 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나도 모르게 또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새 말끔하게 청소라도 한 듯한, 밤 구름 한 조각 없는 블루빛 밤하늘이었다. 아직 반달이 되긴 전의 모습을 한, 제법 단단해 보이는 달 옆으로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는 금성이 참, 착해 보였다. 밤 구름에 달도 정신 못 차리고 있었던 것을 금성도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하긴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잖는가. 어떨 때는 마치 어깨동무하고 있는 것처럼 아주 가까이서 눈을 반짝이며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오늘은 밤 구름으로 앞이 캄캄해졌을 뿐 아니라 부드러운 자태도 수차례 잃었을 텐데, 저토록 떨어져 있으면서도 의연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와 함께 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겠지. 불안해 보이기는커녕 한결 더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니, 아무리 봐도 저 둘의 사이란 백아와 종자기 같은 사이리라.

 

 

뭐든 좋게 생각하는 것이 특기라고 해도 좋다. 어제오늘,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아니까. 컴퓨터 사양이 달라도 정확하게 입력하면 정확한 값이 도출되는 것이 기계이고. 또 별과 달 또한 우주적 코스모스 속에서 아름다운 것처럼. 어차피 삶이란, 아름답게 생각한 대로 펼쳐지는 것이 현실이니까!

 

 

 

 

 

 

'하루,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컴퓨터, 아름다운  (0) 2024.05.21
하루아침에  (0) 2024.05.19
계단 오를 때마다  (0) 2024.05.17
만나다, 그를  (1) 2024.05.16
애드센스 광고  (0) 202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