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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 )

잊다 잊어버리자 잊혀지거나 등등...

by 7sun 2022. 5. 2.

잊다 잊어버리자 잊혀지거나 등등/이서영

 

  고유의 방식으로 꿈은 형태를 지운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지우개로 지우는 것과 다르게 아무데서나 지우고

싶은 것부터 지운다 깨끗하게는 아니고 주변을 쓱쓱 뭉텅뭉텅 어떤 부분은 둥근 빵덩어리로 보이다 만지려 하

면 밀가루처럼 아늑해져서 모양이 참 막연해져서 무어이었더라 말할 수 없게 한다 어떤 수업을 들었는데 어떤

칭찬을 받았는데 무어라 말할 수 없다 뭐였더라 그것은 안개처럼 잡히지 않는 희미함 무게도 감촉도 없지만

분명 거기 있는 알개이들 나는 안개로 건물을 짓고 지붕을 뚫은 철근을 보고 낙서가 적힌 흑판을 본다 내 편이

아닌 사람들과 일을 하다 싸움이 나고 또 금방 화해한다 맥락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과 내기를 하고 나는 지

략을 세워 크게 승리한다 다만 칭찬이 무엇의 결과였는지 명확치 않다

 

202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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