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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 )

길찾기...

by 7sun 2022. 5. 5.

길찾기/김진환

 

차창 너머 낯선 가게들

잠시 눈 감은 사이에

낼릴 정류장을 지나쳤나

인터넷 지도로 확인한다

버스의 노선과 파란 점의 위치를

 

나는 길 잃지 않았다

인터넷 지도에 따르면

이 길은 내가 아는 길

매일같이 지나는 왕복4차로

 

거기서 나는 흰색과 붉은색 보도블록의 배열을 배웠고

넘어져 뒹굴며 무릎으로 손바닥으로 아스팔트를 읽었는데

 

보도블록의 배열이 다르다

아스팔트의 굴곡이 다르다

 

인터넷 지도를 확인한다

버스가 정거장 몇 개를 지나는 사이

파란 점은 아직도 아까 그 길에 있다

 

멀리 손 뻗어 손바닥의 살점 패인 자리를 보면

핏기와 죽은 피부의 흰빛이 구분되지 않는데

 

하차 벨 소리가 울린다

흰 버튼 위로 붉은 등이 들어와 있다

뒷좌석 사람이 내 뻗은 팔을 보고

대신 눌러 주었다며 손짓한다

 

버스에서 내려 아스팔트를 만져본다

인터넷 지도를 확인하지 않아도

이 길은 내가 아는 길이거나

거기로 이어지는 길

걷다 보면 낯익은 가게들도 보일 것이다

 

 

2021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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