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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 )

언더독...

by 7sun 2022. 4. 30.

언더독/변혜지

  이 세계를 네가 구했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린다. 폐허가 된 도시에 둘러싸여서, 꿈속의 나는 아름

다웠다. 나의 아름다움이 나의 의지와 무관하였다.

 

  눈을 빼앗길 만한 장면이어서 나는 이 세계와 어울리는 음악을 마련하였다

 

  화관(花棺) 속에 두 손을 가슴에 모은 내가 누워있었고, 살아남은 모든 이들의 행렬로 거리가 잠시 가득 찼

다.

 

  나는 어떻게 이 세계를 구했나. 나의 궁금증이 이 세계와 무관하였다.

 

  연인이 내게 입을 맞추며 엄숙하게 사랑을 맹세하였고,

 

  잠들었던 관객이 영화의 결말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듯이, 나는 영문 모를 격정에 휩싸였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 네가 아니야. 내가 꿈속의 나를 향해 소리치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일제히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행렬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의 격정이 나와 무관하였고, 화관에 누운 내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비로소 이 꿈의 구성방식을 알 것 같았고,

 

  나는 이 세계에 두고 나가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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