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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 )

도서관...

by 7sun 2022. 4. 27.

도서관/신윤주

  커다란 눈이 하늘을 올려다봐요, 수백의 실핏줄들이 네모난 비스켓을 움켜쥐어요. 하늘로 날아올라요. 바다

의 표지는 잔잔해지고, 파도가 물러간 페이지마다 떠밀려온 해인초들이 엉겨 붙어요. 해인초가 손끝에서 잘게

부서져요. 낮과 밤을 알 수 없는 시간이 이어져요. 키잡이는 가시 박힌 손으로 안개를 더듬으며 항로를 차고 있

어요. 시커면 해초들의 대서양을 밀고 들어와 바다의 귓속에 이야기를 풀어 넣어요. 귀를 막아도 노랫소리가

들려요. 저기 범고래 떼가 몰려와요. 표류하는 낱말 조각들을 등에 실어 해안선으로 날라요. 실핏줄이 터지고,

열기구가 휘청거려요. 행운이 문단 밖으로 달아나려 해요. 숨이 차요. 하강하고 있어요. 저 멀리 익숙한 초록색

대문이 보여요. 마당에는 안개꽃이 흐르고요. 열린 창문으로 파도가 들이쳐요. 파란 잉크가 옷에 튀어요. 발목

이 잠겨 첨벙거려요. 이만 돌아가야 해요.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손끝으로 모래의 지문들을 털어내요. 숨

을 크게 들이쉬어요. 한없이 부풀어 올라요.

 

-2021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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