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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3

만나다, 그를 장례식장 가는 오르막길이 낯설었다, 주춤오던 길 뒤 돌아봤다, 낮게 드리워진 어둠 속짙푸른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과 금성, 그리고 하나 더, 목성인가, 위성인가, 훅, 눈에 들어온 셋의 하모니! 이 와중에, 나도 모르게 가방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무조건, 기회란 지나가면 그뿐인 만큼, 아름다운 것은 간직하고 보는 것, 차가 올라오는 것도 모른 채, 세 컷을 담은 후, 서둘러 한편으로 비켜섰다, 그리곤 천천히 내려가면서 장례식장 건물을 찾아봤다마침 올라오고 있는 점잖아 보이는 중년의 남자분께, '여기 장례식장이 어디 있어요?'내려오고 있던 이 길, 그러니까 처음 내가 가고있던 대로 올라가서 오른쪽이라며, 본인도 가는 중이라고 마음은 이미 조의금만 내고, 인사만 하고 바로 나와야겠다고 세웠던 계획이.. 2024. 5. 16.
모습, 초승달/정 열 모습, 초승달/정 열 차가운 바람한가득 품고 있는, 1월 창가에 서서 예민해 보이는 너의 모습카메라에 담아내기 쉽지 않아도 찰칵, 누르는 손 하지만오늘만큼은 선명하게 찍힌똘망한 너의 모습 앞에 고마운늦은 오후  자연스럽게 나와의 연계성에 다리를 놓는다 평범함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유독 튀는 너의 이미지 그동안단 한 번도 나의 의지대로올바르게 찍혀지지 않던예민한 너의 모습을 서재에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염치 불고한 채동생이 머물고 있는 옆방으로 건너가 벌컥, 양해를 구하자 마자이 한파에의아하게 앉아 있는, 동생 책상 옆에 서서까지또, 창문을 열어젖힌다 훅, 끼치는 한기에도 아랑곳 않으며 본다나도 보통 사람들처럼오직, 자꾸만 눈에 들어오니까 이승과 저승의 승이라는너의 이름, 초승달 아니 손톱달도 좋지.. 2023. 1. 27.
변성기... 변성기/김수원 접시는 바꿔요 어제 같은 식탁은 맞지 않아요 초승달을 키우느라 뒷면이었죠 숨기고 싶은 오늘의 숲이 자라요 깊어지는 동굴이 있죠 전신거울 앞에서 말을 타요 알몸과 알몸이 서로에게 내 몸에서 나를 꺼내면 서로 모르는 사람 우리는 우리로부터 낯설어지기 위해 자라나요 엄마는 앞치마를 풀지 않죠 지난 앨범 속에서 웃어야 하나, 둘, 셋 셔터만 누르고 있죠 식탁을 벗어나요 눈 덮인 국경을 넘어 광장에서의 악수와 뒤집힌 스노우볼의 노래, 흔들리는 횡단열차와 끝없이 이어지는 눈사람 이야기, 말을 건너오는 눈빛들과 기울어지는 종탑과 나무에서 나무와 나무까지 밝아지는 모르는 색으로 달을 채워요 접시에 한가득 마트료시카는 처음 맛본 나의 목소리 달 아래, 내가 나를 낳고 나는 다시 나를 낳고 나를 낳고 내가 .. 2022.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