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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3

파리 지하철 악사를 읽고/정 열 파리 지하철 악사를 읽고/정 열 진정으로 나의 마음이 전달될 때가 과연 있었을까? 상대방으로부터 또는 상대방에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보이스피싱 때 택시 기사 아저씨 외엔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물론 가족을 떠나서다. 그동안 헛살아 온 것일까?라는 의문이 일었다. 하지만 그건 분명 아닐 것이다. 기억이란 망각의 강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마 모든 사람이 이와 같지는 않을 터인데 말이다. ["오늘은 돈을 받지 않겠습니다. 제가 직접 쓴 이 노래의 진심이 잘 전달됐다면, 그게 저에게는 선물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내용은 6월 호에 실린 에서 발췌한 글이다. 상대방이 나의 진심을 공감하는 순간, 우리가 그토.. 2022. 5. 15.
고독사가 고독사에게... 고독사가 고독사에게/박소미 나는 자궁으로 돌아가는 주이다 태동을 알아채는 침묵 이전의 기억 밑으로 밑으로, 웅크리고 있다 두 팔로 무 릎을 감싸 안고 재생에 몰두한다 어느 애도가 부재를 지나 탯줄로 돌아올 때까지, 타자의 몸속을 오가는 이 반 복은 고고학에 가깝다 생환의 뒷면은 그저 칠흑 덩어리일까 벽과 벽 사이 미세한 빗살로 존재할 것 같은 한숨 이 어둠 안쪽 냉기를 만진다 사금파리 녹여 옹기 만들 듯 슬픔을 별자리로 완성케 하는 일, 아슴푸레 떨어지 는 눈물도 통로가 될까 북녘으로 넘어가는 해거름이 창문 안으로 울컥, 쏟아져 내린다 살갗에 도착한 바람은 몇 만 년 전 말라버린 가의 퇴적, 불을 켜지 않아도 여기는 발굴되지 않는 유적이다 잊기 위해 다시, 죽은 자의 생애를 읊조려본다 그래 다시, 귀를 .. 2022. 5. 8.
냄비의 귀... 냄비의 귀/장이소 뜨거운 냄비의 귀를 잡다가 내 귀를 잡았다 순간이 순간에 닿는다 귀 하나 떨어진 양은냄비를 안고 골목을 지난다 삼삼오오, 얼룩이를 가리킨다 얼룩이는 번쩍번쩍 얼룩덜룩 하다 고흐는 왼쪽 귀를 자르고 왼쪽으로 들었을까, 어떻게 오른쪽을 들었을까 당신은 떨어진 귀를 버리지 못한 사람 뚜껑을 마저 잃고 배가 된 사람 이마는 당신이 키우던 물고기 떨어진 귀는 물고기의 어디쯤일까 귀를 기울인다 귀는 기울기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자른다 어디나 그런 귀 하나쯤 있다 절반이 절반에 매달려 가운데를 안고 돌면 떨어진 한쪽을 위해 두 배속 태엽을 감는다 꼬리에 풀리는 물무늬 아가미로 쏟아지는 물 살 삼킨 것들이 중심을 세운다 멱을 잡고 중심을 도는 것은 붙잡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것 밖이 안을 떠받는다 쓸모.. 2022.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