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춘문예 (시... )

고독사가 고독사에게...

by 7sun 2022. 5. 8.

고독사가 고독사에게/박소미

  나는 자궁으로 돌아가는 주이다 태동을 알아채는 침묵 이전의 기억 밑으로 밑으로, 웅크리고 있다 두 팔로 무

릎을 감싸 안고 재생에 몰두한다 어느 애도가 부재를 지나 탯줄로 돌아올 때까지, 타자의 몸속을 오가는 이 반

복은 고고학에 가깝다 생환의 뒷면은 그저 칠흑 덩어리일까 벽과 벽 사이 미세한 빗살로 존재할 것 같은 한숨

이 어둠 안쪽 냉기를 만진다 사금파리 녹여 옹기 만들 듯 슬픔을 별자리로 완성케 하는 일, 아슴푸레 떨어지

는 눈물도 통로가 될까 북녘으로 넘어가는 해거름이 창문 안으로 울컥, 쏟아져 내린다 살갗에 도착한 바람은 

몇 만 년 전 말라버린 가의 퇴적, 불을 켜지 않아도 여기는 발굴되지 않는 유적이다 잊기 위해 다시, 죽은 자의

생애를 읊조려본다 그래 다시, 귀를 웅크리지 태아처럼, 점점 화석이 되어가는 기분이야 떠나면서 자꾸 뒤를

돌아본다 방 안이 점점 어두워진다

 

202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신춘문예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의 집...  (0) 2022.05.10
단순하지 않은 마음...  (0) 2022.05.09
냄비의 귀...  (0) 2022.05.06
최초의 충돌...  (0) 2022.05.06
길찾기...  (0)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