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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 )

유실수

by 7sun 2022. 4. 25.

유실수/차원선

 

너의 눈 안에는 열매를 맺으려 하는 나무가 있다

 

너의 눈에 나무를 심은 사람이 저기 소각장에 앉아 있다

 

자신의 옷을 다 태우고도 헐벗은 너를 보고 있다

 

멀뜽히 있는 너와 떨어진 잎을 한데 덮는다

 

앙상해지도로

베고 누웠다

잔향 더미로 만든 모래시계

 

마른 낙엽을 주워 구덩이로 몰아넣었다

 

왜 내 얘기를 듣고 있어요?

낯선 사람인가 봐 쓸쓸하다고 하면 데려갈 텐데

 

그대로 있어요

 

반딧불이 무리지어 올리는 온도

올라가는 건물

 

빈 곳은 비어있었던 적이 없고

마지막으로 옮긴 불씨 조각이 다 자란 나무의 잎에 옮겨붙는다

 

오랫도안 그를 알았다

 

열매를 남긴 나무, 앨범에 적히고

눈 안에 마른 씨앗을 품던 자리가 바스러져 날아간다

 

 

-2021년 한경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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