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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 )

모천...

by 7sun 2022. 4. 23.

모천/김철

 

청계천 골목 어디쯤

모천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양양의 남대천이 아닌

뜨끈한 국수를 파는 국수 집 근처 어디라고

국수 발 같은 약도 적힌 메모를 들고 찾아간

미물도 명물로 만든다는 그 만물상

주물 틀에서 갓 나온 물고기 몇 마리 사왔지

수백 마리 수천 마리 붕어빵 구워낼 빵틀

파릇한 불꽃 위를 뒺ㅂ다 보면

세상의 모천을 찾아오는 물고기들

다 중불로 찍어낸 붕어빵 같지

한겨울 골목 경제지표가 되기도 하는 

천원에 세 마리, 구수한 해류를 타고

이 골목 입구까지 헤엄쳐 왔을

따뜻한 물고기들

길목 어딘가에 차려놓으면

오고 가는 발길 멈칫거리는 여울이 되는 것이지

파닥파닥 바삭바삭

물고기 뛰는 모천의 목전쯤 되는

영하의 파라솔 아래

엄마가 하루 종일 서 있던 그곳

 

-2021년 16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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