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2 개미들의 천국... 개미들의 천국/현이령 아버지가 아침 일찍 공원 숲으로 간다. 노란 조끼를 입고서, 숲이 아닌 것들은 모두 줍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 아버지와 아버지 사이 쓰레기를 줍다가 잘못 건드린 개미집에서 후드득 쏟아져 나오는 아버지. 아버지는 아버지를 물고 개미는 개미를 물고 이끼처럼 들러붙어 저녁을 먹는 우리 집. 아버지의 집에는 아버 지도 모르는 집들이 많아. 나는 개미처럼 더듬이가 자라고 발로 툭 치면 무너져 내리는 불안들. 바닥을 잘 더듬는 내력이 우리의 유전자에 있지만 나는 한낮에도 까만 개미가 무섭다. 땅바닥을 쳐다보면 땅 이 되는 게 꿈인 아버지가 떵떵거리지 못하는 건 기우뚱한 어깨 때문. 개미는 개미에게 의지하고 의지는 의지에 기대고 아버지의 몸을 기어 다니는 수많은 개미 떼. 아버지는 밤마 다 방을.. 2022. 4. 30. 보슬비/정 열 보슬비/정 열 새벽, 습관처럼 열어본 창밖 꽃도 나무도 아니지만, 새록새록 피어나는 내 안의 기관들 온 천지가 물비늘로 반짝여 바닷가는 아닐까 착각은 또 다른 착각을 낳는걸까 촉촉하게 내려오는 푸른 너의 작은 발자국 소리에 하염없이 커지는 귀 곧바로 시선은 도로 위, 너의 가느다란 몸짓으로 고인 푸른 물웅덩이에 가닿는다 2022. 4.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