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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3

여름의 돌... 여름의 돌/이근석 나는 토끼처럼 웅크리고 앉아 형의 작은 입을 바라보았다. 그 입에선 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한테선 지 난여름 바닷가 냄새가 나, 이름을 모르는 물고기들 몇 마리 그 입속에 살고 있을 것만 같다. 무너지는 파도를 보러 가자, 타러 가자, 말하는 형은 여기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미래를 이야기했다. 미래가 아직 닿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형을 들뜨게 했다. 미래는 돌 속에 있어, 우리가 아 직 살아보지 못한 이야기가 번져있어, 우리가 미래로 가져가자, 그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다. 그동안 우리는 몇 번 죽은 것 같아. 여름, 여름 계속 쌓아 올린 돌 속으로 우리가 자꾸만 죽었던 것 같아. 여기 가 우리가 가장 멀리까지 온 미래였는데 보지 못하고 우리가 가져온 돌 속으론 지금 눈이 내.. 2022. 5. 15.
야간산행... 야간산행/여한솔 공룡처럼 죽고 싶어 왜 뼈가 남고 자세가 남고 내가 연구되고 싶어 몸 안의 물이 마르고 풀도 세포도 가뭄인 형태로 내가 잠을 자거나 울고 있던 모습을 누군가 오래 바라볼 연구실 사람도 유령도 먼 미래도 아니고 실패한 유전처럼 석유의 원료가 된대 흩어진 눈빛만 가졌대 구멍 난 얼굴뼈에서 슬픔의 가설을 세워 준 사람 가장 유력한 슬픔은 불 꺼진 연구실에서 흘러나왔지 2021년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2022. 4. 27.
이유/정 열 이유/정 열 먼 미래에서 왔어도 좋아요 과거에서 왔어도요 제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요 완벽한데 완벽해지기 위해 더욱 자신을 들여다보니까 자신도 모르게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 같아서예요 그만큼 현재에 몸담고 있는 저로서는 언어와 미술과 음악과 제다와 유기견과 선한 영향력... 나열하기조차 많은 일에 재능을 보여도 맑고 투명하고 깨끗한 영혼으로 휘장을두르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하면 파르르 떨다 못해 혼자서만 속으로 삭힐 뿐이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당신은 완벽이란 있을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음으로써 완벽합니다, 당신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비취어지는 당신이라는 투명 거울, 문학. 당신으로 인해 제가 가야 할 길 또한 너무 잘 알았으니까요 그러니 먼 미래에서 왔어도, 과거에서 왔어도 현.. 2022.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