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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2

단순하지 않은 마음... 단순하지 않은 마음/강우근 별일 아니야, 라고 말해도 그건 보이지 않는 거리의 조약돌처럼 우리를 넘어뜨릴 수 있고 작은 감기야, 라고 말해도 창백한 얼굴은 일회용 마스크처럼 눈 앞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눈병에 걸렸고, 볼에 홀조를 띤 사람이 되었다가 대부분의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 다. 병은 이리저리 옯겨 다니면서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걸어오는 우리처럼 살아가다가 죽고 만다. 말끔한 아침은 누군가의 소독된 병실처럼 오고 있다. 저녁 해가 기울 때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감자튀김을 먹는 사람들은 축구 경기를 보며 말한다. "정말 끝내주는 경 기였어." 나는 주저앉은 채로 숨을 고르는 상대편을 생각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아서 밤의 비행기.. 2022. 5. 9.
미니멀 라이프/정 열 미니멀 라이프/정 열 그는 원래 버리는 것을 잘한다. 출근 후 집에 오면 낮에 버린 휴지통의 휴지부터 재활용 봉투에 넣기 바쁘다. 아침에 눈 뜨면, 또 간밤에 잠 안 자고 그녀가 서재며 주방이며 들러 버려놓은 휴지통부터 비운다고나 할까. 그런 후 운동하고 샤워를 하는 부지런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의 옷도 조금만 낡거나 보푸라기라도 일면 버려지는 데는 가차없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옷을 잘 사는 편은 1도 아니다. 나중에 옷 입을 때마다 보면, 옷장에 걸려있는 몇 벌 되지도 않은 자신의 옷을 고르면서, 맨날 왜 이렇게 옷이 없지, 하는 식이다. 반면, 그녀는 그와 정반대라고나 할까. 옷부터 시작해서 구두, 가방은 물론, 낡은 필기도구 하나도 잘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물건에 미련이 많아도 너무 .. 2022.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