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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3

여름의 돌... 여름의 돌/이근석 나는 토끼처럼 웅크리고 앉아 형의 작은 입을 바라보았다. 그 입에선 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한테선 지 난여름 바닷가 냄새가 나, 이름을 모르는 물고기들 몇 마리 그 입속에 살고 있을 것만 같다. 무너지는 파도를 보러 가자, 타러 가자, 말하는 형은 여기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미래를 이야기했다. 미래가 아직 닿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형을 들뜨게 했다. 미래는 돌 속에 있어, 우리가 아 직 살아보지 못한 이야기가 번져있어, 우리가 미래로 가져가자, 그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다. 그동안 우리는 몇 번 죽은 것 같아. 여름, 여름 계속 쌓아 올린 돌 속으로 우리가 자꾸만 죽었던 것 같아. 여기 가 우리가 가장 멀리까지 온 미래였는데 보지 못하고 우리가 가져온 돌 속으론 지금 눈이 내.. 2022. 5. 15.
냄비의 귀... 냄비의 귀/장이소 뜨거운 냄비의 귀를 잡다가 내 귀를 잡았다 순간이 순간에 닿는다 귀 하나 떨어진 양은냄비를 안고 골목을 지난다 삼삼오오, 얼룩이를 가리킨다 얼룩이는 번쩍번쩍 얼룩덜룩 하다 고흐는 왼쪽 귀를 자르고 왼쪽으로 들었을까, 어떻게 오른쪽을 들었을까 당신은 떨어진 귀를 버리지 못한 사람 뚜껑을 마저 잃고 배가 된 사람 이마는 당신이 키우던 물고기 떨어진 귀는 물고기의 어디쯤일까 귀를 기울인다 귀는 기울기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자른다 어디나 그런 귀 하나쯤 있다 절반이 절반에 매달려 가운데를 안고 돌면 떨어진 한쪽을 위해 두 배속 태엽을 감는다 꼬리에 풀리는 물무늬 아가미로 쏟아지는 물 살 삼킨 것들이 중심을 세운다 멱을 잡고 중심을 도는 것은 붙잡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것 밖이 안을 떠받는다 쓸모.. 2022. 5. 6.
불면증 걸린 물고기/정 열 불면증 걸린 물고기/정 열 뉴런, 뇌 깊은 곳까지 훤히 드러나는 제브라피쉬! 다른 색에 비해, 밝고 붉은색을 다소 거부해서지 21세기,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면 한낱 물고기도 신상이 모두 털리는 걸까 이제야 알 수 있게 된 너의 불면증 맑고 투명한 제브라피쉬, 나와 동병상련 같아 하긴, 태초에 하나였던 너와 나의 근원지 바다에 가봐, 지금까지 고이고 쌓인 우리네 일상의 페트병, 비닐로 꿀럭이고 있지 2022.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