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1 새벽길 가는 그/정 열 새벽길 가는 그/정 열 가을 냄새 묻어나는 이른 새벽길 차량 드문 도로 건너, 보도블로 위를 하염없이 걷고 있는 하얀 그를 보다 말고 창문을 닫는다, 순간, 반대로 그녀를 쳐다보는 듯한 제스처, 꽝 처음부터 창문 연 소리를 들은 것일까 가던 길 잠시 멈춰 선 그가 18층, 그녀의 커단 눈이 의아하게 서 있는 서재 창가, 설핏 주시하는 것 같아 새벽 미명 아래 그녀의 귓가 가득 놀란 달팽이관 온갖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간헐적으로 툭, 짐짝 굴러 떨어져 모서리에 부딪히는 소리 마저 모두 그녀 의지와 상관없이 엿듣게 됐을까 바람을 가르며 지나가는 바퀴 소리 역시 쇳소리가 심해 자신도 엿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어 들린다고 보인다고 거르지 않고 모두 취하는 것은 함부로 누구에게나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 2022. 8. 17. 이전 1 다음